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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이란 무엇인가?
— 우리가 너무 잘 안다고 착각했던 그 질문의 시작
🔷 1. 감정에 대해 묻는다는 건 이상한 일인가?
한 번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세요.
“감정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어딘가 낯설고도 어색합니다. 왜냐하면 우린 감정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누가 나를 욕하면 ‘화가 나고’
- 좋은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 무섭고 위험한 상황에선 ‘두려움을 느끼고’
이처럼 감정은 우리 삶 곳곳에 ‘당연한 존재’로 박혀 있습니다. 마치 공기처럼, 감정은 항상 곁에 있지만, 그게 정확히 무엇이냐고 물으면 막막해지죠.
이게 바로 이 글이 시작되는 이유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이 질문을 던졌고, 답을 찾는 데 100년도 넘게 걸리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 2. 감정은 우리가 ‘안다’고 착각하는 개념
심리학자 조셉 르두(Joseph LeDoux)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감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가장 의미 있는 말은, ‘모두가 그게 뭔지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의하려 하면 아무도 제대로 말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모두 ‘감정’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하지만 ‘감정이 무엇인지 설명해보세요’라는 말 앞에서는 전공자든 비전공자든 멈칫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감정을 느껴봤을 뿐이지, 그게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포함하고,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체계적으로 이해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건 마치 이런 질문과 비슷합니다:
- “시간이란 무엇인가요?”
- “의식이란 무엇인가요?”
느낄 순 있지만 설명하긴 어려운 것들. 감정은 바로 그런 개념입니다.
🔷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굳이 감정을 정의해야 할까요?
심리학은 과학입니다. 과학은 측정 가능한 것을 다룹니다. 측정을 하려면 먼저 무엇을 재는지(정의)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따라서 심리학자들은 수십 년간 이런 질문과 씨름해왔습니다.
감정은 느낌인가? 반응인가? 행동인가? 생리적 변화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의 조합인가?
감정을 정의하려는 시도는 결국, ‘마음’이라는 추상적인 현상을 측정 가능한 구성요소로 나누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그건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 4. 감정 정의가 어려운 네 가지 이유
✅ 1. 감정은 보이지 않는다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감정을 직접 관찰할 수 없고, 항상 추론을 통해 ‘있을 것이다’라고 가정합니다.
예:
- 친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 “기분이 안 좋아 보여”
- 누군가 팔을 휘두르며 소리를 지른다 → “화가 났네”
하지만 이건 행동이지, 감정 그 자체는 아닙니다.
✅ 2. 감정은 순간적으로 바뀐다
“기분 좋았다가, 갑자기 울컥해서 화나고, 다시 웃고…” 이처럼 감정은 계속 바뀝니다. 하나의 이름표로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 3. 감정은 문화마다 표현이 다르다
기쁨, 분노, 슬픔 같은 감정이 보편적이라고 해도, 표현 방식은 다릅니다. 한국의 ‘민망함’과 미국식 ‘awkwardness’는 같은 말 같지만, 문화적 뉘앙스가 완전히 다릅니다.
✅ 4. 감정은 주관적이다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낄 때, 사람마다 체험이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눈물이 흐르고, 어떤 사람은 차분해지고, 어떤 사람은 감정을 억누릅니다.
측정이 어렵다는 말은, 정의조차도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 5. 심리학자들이 내린 정의들
이제 실제 심리학자들이 감정을 어떻게 정의했는지 살펴봅시다.
각 정의는 전문적 문장을 유지하면서, 그 의미를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 Plutchik (1982)의 정의
감정은 “인지 평가, 주관적 느낌, 자율신경계와 신경계의 각성, 행동 충동, 그리고 자극에 대한 반응 행동이 포함된 복합적 연쇄적 반응이다.”
🧠 쉽게 말하면: 감정은 어떤 사건에 대해 우리가 판단하고, 그걸 느끼고, 몸이 반응하고, 행동하려는 충동까지 생기는 복합 작용입니다.
➡ 예시: 친구가 나를 무시하는 말을 함 → "내가 무시당했다"고 인지 (생각) → “짜증난다”는 느낌 (감정) → 얼굴이 달아오르고, 심장 쿵쾅 (생리반응) → 말을 하고 싶어지거나, 자리를 박차고 나감 (행동)
📌 Keltner & Shiota (2003)의 정의
감정은 외부 자극에 대한 보편적이고 기능적인 반응으로, 생리적, 인지적, 주관적, 행동적 요소가 통합되어 환경에 적응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심리적 체계다.
🧠 쉽게 말하면: 감정은 생존에 도움 되는 방식으로, 우리의 몸과 생각, 행동을 한꺼번에 작동하게 만드는 반응 시스템입니다.
➡ 즉, 감정은 ‘살기 위한 도구’라는 뜻입니다.
- 공포는 위험을 피하게 만듭니다.
- 분노는 권리를 지키게 만듭니다.
- 기쁨은 반복하고 싶은 행동을 강화시킵니다.
📌 공통점 요약
🔷 6. 프로토타입 접근: 감정이 꼭 네 박자일 필요는 없다
어떤 학자들은 감정을 ‘프로토타입’이라고 봅니다.
즉, 감정은 무조건 생각 + 느낌 + 생리 + 행동 네 가지가 완벽히 다 갖춰져야만 생기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 예시:
- 생각은 있지만 행동은 없는 경우: ‘짜증났지만 말 안 하고 참았다’
- 감정은 있지만 인지는 없는 경우: ‘갑자기 심장이 뛰고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 공황발작
이런 복잡성 때문에, 감정은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모여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유연한 개념으로 이해하는 게 맞다고 보는 견해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