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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우리가 결정을 내리는 방식

우리는 결정을 내릴 때 합리적으로 판단한다고 믿습니다. 쇼핑을 할 때, 메뉴를 고를 때, 직장을 선택할 때, 우리는 여러 가지 옵션을 비교하고 장단점을 따져본 후에 최선의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감정적으로 결정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이유를 먼저 찾고, 그 이유를 이용해 결정을 정당화하는 방식을 따릅니다. 즉, 선택을 먼저 하고 그 선택을 정당화할 이유를 찾는 것이죠.

이 글에서는 Eldar Shafir, Itamar Simonson, Amos Tversky가 진행한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선택을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이유가 결정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이 연구는 우리의 선택이 단순한 비용-편익 계산이 아니라, 상황과 이유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본론: 이유 기반 선택이란?

이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선택을 내릴 때 **이유(reasons)**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실험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 사람들이 선택할 때 합리적인 이유를 찾으려고 하는가?
  • 동일한 선택지를 놓고도, 어떤 프레임이나 문맥에서 더 쉽게 선택하는가?
  • 선택을 할 때, 우리는 이유를 먼저 찾고 결정을 내리는가, 아니면 결정을 먼저 하고 이유를 찾는가?

아래에서 연구팀이 진행한 세 가지 주요 실험을 살펴보겠습니다.


📌 실험 1: 선택 vs. 거부 - 같은 옵션을 다르게 평가하다

1) 실험 목표

사람들이 어떤 선택지를 선택할 때와 거부할 때,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2) 실험 방법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이혼 후 양육권을 결정하는 상황을 제시했습니다.

✔ 참가자들은 부모 A와 부모 B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 부모 A와 B는 각각 긍정적인 특성과 부정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부모 A: 평균적인 소득, 평균적인 건강, 아이와 무난한 관계, 안정적인 사회생활
  • 부모 B: 높은 소득, 아이와 매우 가까운 관계, 하지만 잦은 출장과 건강 문제가 있음

이제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다르게 제시했습니다.

1️⃣ "어느 부모에게 양육권을 줄 것인가?"
2️⃣ "어느 부모에게 양육권을 주지 않을 것인가?"

3) 실험 결과

조건 부모 A 선택 비율 부모 B 선택 비율

양육권을 줄 부모 선택 36% 64%
양육권을 주지 않을 부모 선택 45% 55%

💡 결론:

  • 참가자들은 부모 B가 양육권을 받을 이유가 많다고 판단했지만, 동시에 거부당할 이유도 많다고 인식했습니다.
  • 즉, 사람들은 선택을 내릴 때 긍정적인 요소를 보고, 거부할 때 부정적인 요소를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 같은 선택지라도 어떤 프레임으로 질문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 실험 2: 여행 선택 실험 - 선호와 거부의 차이

1) 실험 목표

  • 사람들이 여행지를 선택할 때, 선택 방식에 따라 평가 기준이 달라지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

2) 실험 방법

✔ 참가자들은 봄방학 여행을 위한 두 개의 옵션을 받았습니다.
✔ 각 여행지는 각각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혼합되어 있었습니다.

  • 여행지 A: 평균적인 날씨, 보통 수준의 해변, 중간급 호텔, 적당한 온도의 바다
  • 여행지 B: 아름다운 해변, 따뜻한 날씨, 최신식 호텔, 하지만 매우 차가운 바닷물과 강한 바람

참가자들은 두 가지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1️⃣ "어디를 여행지로 선택하시겠습니까?"
2️⃣ "어느 여행지 예약을 취소하시겠습니까?"

3) 실험 결과

조건 여행지 A 선택 비율 여행지 B 선택 비율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 33% 67%
어디를 취소할 것인가? 52% 48%

💡 결론:

  • 참가자들은 여행지 B가 장점이 많아 선택하기 좋은 곳이라고 인식했지만, 동시에 단점도 많아서 거부하기 쉬운 곳으로 평가했습니다.
  • 결국 같은 선택지라도 사람들이 선택할 때와 거부할 때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 실험 3: 갈등 상황에서의 추가 선택 - 추가 옵션이 결정에 미치는 영향

1) 실험 목표

  • 사람들은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결정이 어려워지는가?
  • 선택이 어려울 때, 사람들은 추가적인 옵션을 더 원할까?

2) 실험 방법

✔ 참가자들은 두 개의 도박 옵션을 받았습니다.
✔ 참가자들은 이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추가적인 도박 옵션을 더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1️⃣ 갈등 있는 옵션 (Conflict Condition)

  • 65% 확률로 $15를 받거나, 30% 확률로 $35를 받을 수 있음

2️⃣ 명확한 우위가 있는 옵션 (Dominance Condition)

  • 65% 확률로 $15를 받을 수 있는 옵션과 65% 확률로 $14를 받을 수 있는 옵션

참가자들에게 추가 옵션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추가 옵션을 선택하는지 측정했습니다.

3) 실험 결과

조건 추가 옵션 탐색 비율

갈등 있는 옵션 64%
명확한 우위가 있는 옵션 40%

💡 결론:

  • 사람들이 선택에 갈등을 느낄수록 추가적인 선택지를 원할 확률이 높아진다.
  • 이는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줄이기 위해 선택지를 늘리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 우리는 선택을 내릴 때 정말 합리적인가?

지금까지 살펴본 "이유 기반 선택(Reason-Based Choice)" 연구는 우리의 선택 방식이 단순한 논리적 과정이 아니라, 어떤 이유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핵심 교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선택과 거부는 다르게 작동한다

실험 1(양육권 실험)과 실험 2(여행 선택 실험)에서 확인된 것처럼,

  •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긍정적인 요소가 강조됩니다.
  • 반대로, "누구를 거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부정적인 요소가 더 크게 보입니다.

💡 즉, 같은 선택지를 놓고도 "선택 프레임"과 "거부 프레임"이 다르면, 사람들의 판단 방식이 달라집니다.

📌 예시 1: 면접 합격자 결정

  • 회사에서 두 명의 후보를 두고 고민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A 후보: 평균적인 경력, 무난한 성과, 동료들과의 관계가 좋음.
    • B 후보: 뛰어난 성과를 낸 적이 많지만, 성격이 까다롭고 이직이 많음.

"누구를 뽑을 것인가?" 라고 물으면 → B 후보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음 (장점이 강조됨)
"누구를 탈락시킬 것인가?" 라고 물으면 → B 후보가 탈락될 가능성이 높음 (단점이 강조됨)

이처럼, 사람들은 선택과 거부의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 선택의 이유가 명확하지 않을수록 더 많은 옵션을 원한다

실험 3(도박 선택 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 사람들이 선택을 내리기 어려울 때 → 더 많은 옵션을 탐색하려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 예시 2: 온라인 쇼핑에서 선택의 어려움
온라인 쇼핑을 할 때,

  • 두 개의 비슷한 노트북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 갈등이 생깁니다.
  • 이때 "추가적으로 더 많은 노트북을 살펴보겠다"라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현상은 기업에서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됩니다.
"이 노트북을 사세요!"보다는 "이 노트북과 비슷한 다른 추천 상품도 살펴보세요!"라는 메시지가 더 효과적입니다.

즉, 선택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를 찾고, 선택을 미루려는 성향이 강해집니다.


3️⃣ 우리는 먼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정당화한다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결론은 우리가 이유를 먼저 찾고 선택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먼저 하고 그 선택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선택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선택이 먼저 이루어진 후에 그 선택을 뒷받침할 이유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 예시 3: 자동차 구매 결정

  • A 브랜드 자동차는 안전하고 유지비가 적게 듭니다.
  • B 브랜드 자동차는 디자인이 멋있고 최신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 어떤 사람은 디자인이 멋진 B 브랜드를 먼저 선택한 후,
▶ "최신 기술이 적용되어 있어서 더 좋은 선택이었다."라고 이유를 나중에 정당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우리는 선택을 내린 후, 이유를 만들어서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 마무리: 이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이 연구는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결정을 내리는 방식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유를 바탕으로 선택을 정당화한다.
같은 선택지라도 "선택 프레임"과 "거부 프레임"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갈등이 클수록 사람들은 선택을 미루거나 추가적인 옵션을 찾으려 한다.

이러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법을 배울 수 있고,
  • 기업과 마케팅에서는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 여러분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정말로 논리적인가요? 아니면 선택을 한 후 이유를 만들어가고 있나요? 🤔

Shafir, E., Simonson, I., & Tversky, A. (1993). Reason-based choice. Cognition, 49(1-2), 11-36. https://doi.org/10.1016/0010-0277(93)9003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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