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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치알디니(Robert B. Cialdini)의 설득의 심리학을 보면 '이유의 중요성'이라는 제목으로 프린터 양보실험을 소개하곤 한다.
프린터 양보실험이란 한 실험자가 피실험자가 프린터를 사용하고 있는데, "프린터를 사용해야 하니까 프린터를 빌려도 되겠습니까?" 처ㅓ럼 이유갖지도 않은 이유를 붙였을 때도 대부분(93%)의 사람들이 프린터를 양보해줬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설득의 심리학에서는 '이유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사실 이 실험은 이유를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 것이 아니고, 과도한 학습으로 인해 제대로 정보를 듣지않고 '형식'이 일치하면 정보를 처리하지 않고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기 베스트 셀러 때문인지 유투브나 블로그에 이러한 것을 원문을 안 읽고 그대로 써둔 글들이 많다.
그럼 이 유명한 프린터 양보 실험의 원제를 알아보자.
'The mindlessness of ostensibly thoughtful action: The role of "placebic" information in interpersonal interaction'
제목을 해석해보면, mindlessness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제대로 주의를 할당하지 않아 정보를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ostensibly는 겉보기에는이라는 뜻으로, 겉보기엔 주의를 할당한 행동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The role of placebic information에서 placebic이란 플라시보, 즉 위약과 같은 정보라는 것이다. 실제 아무런 효과가 없는 정보를 통해 이를 입증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그럼 좀 더 자세히 봐보자.
이 연구를 요약하면
'형식이 일치하면 주의를 할당하여 정보처리를 하지 않고 원래 하던대로 한다'
이 연구는 3가지의 필드스터디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첫번째 실험이 우리가 아는 그 프린터 실험이다.
실험자가 피실험자에게 가서 프린터 양보를 부탁한다.
이 때 조건이 세 가지로 나뉜다.
1) 아무런 이유도 대지 않는다.
2) 이유갖지 않은 이유를 댄다
3) 적절한 이유를 댄다
그리고 호의(favor)의 크기를 크고/작음으로 나누는데, 프린터 할 양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양보하는 것이 호의의 양이 큰 것으로 보고, 프린트 할 것의 아직 많이 남을 때 양보하는 것을 호의가 작은 것으로 하였다.
이렇게 2 X 3 between분석으로 하였다.
결과표를 보면
Favor | No info | Placebic info | Sufficient info |
Small | .60 | .93 | .94 |
Big | .24 | .24 | .42 |
아무런 이유도 대지 않았을 때는, 형식이 일치하지 않았기에 제일 양보한 횟수가 적었다.
여기서 형식의 일치란 보통 양보를 요구할 때,
"죄송한데 xx때문에 좀 양보해주실 수 있나요?" 와 같이 흔하게 쓰고 들을 수 있는 형식이다.
그러나 아무 이유 없이 "양보해주세요"는 우리가 자주듣고 과도하게 학습한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두번째에 플라시보 정보, 즉 이유갖지 않은 이유를 댔을 때에는 작은 호의에서 93%가 양보를 해주었다.
"죄송한데 xx때문에 양보해주실 수 있나요?"와 형식만 일치하고 내용은 일치하지 않는 요구이다.
"프린터를 써야하니까 프린터좀 양보해주실 수 있나요?"와 같은 상황인데 작은 호의 상황에서는 형식이 일치하기에 '정보 처리'를 하지 않고 mindless하게 양보를 하였다.
이는 적절한 이유와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큰 호의에서는 이러한 형식적인 일치만 한 양보의 요구는 아무런 이유를 대지 않는 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는 정보처리가 실제로 일어나서 이 플라시보 이유가 사실은 아무런 이유를 대지 않는 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앨랜 랭어는 이와 비슷한 실험을 2개 더 했는데,
서명을 하는 경우와 서명을 하지 않는 경우로 나눈 실험도 있다.
일반적으로 자기가 자주 겪는 상황은 별 생각없이 정보를 처리해 오류를 범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Langer, E. J., Blank, A., & Chanowitz, B. (1978). The mindlessness of ostensibly thoughtful action: The role of "placebic" information in interpersonal interac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6(6), 635–642. https://doi.org/10.1037/0022-3514.36.6.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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