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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행동주의자들은 ‘마음’을 설명하지 않고, 외적 사건만 보려 했는가?

― 내성법의 한계와 관찰 가능한 행동을 중심으로 세 명의 행동주의자를 비교하며


✅ 1. 내성법이란 무엇이며, 왜 논란이 되었는가?

심리학은 본래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습니다.
19세기 후반, 독일의 빌헬름 분트(Wilhelm Wundt)는 세계 최초의 실험심리학 연구소를 열고,
‘마음’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려고 했습니다.


이때 사용된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내성법(introspection)입니다.
내성법이란, 훈련된 피험자가 자신의 감각, 기억, 주의, 감정 등을 관찰하고 언어로 보고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감정, 이미지, 생각의 흐름을 자세히 묘사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처음에는 ‘마음을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지만,
곧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 서로 다른 실험자가 같은 자극에 대해 전혀 다른 보고를 하기도 하고,
  • 보고된 내적 경험은 제3자가 확인하거나 재현할 수 없으며,
  • 반복 실험이 어렵고, 결과를 수치화하거나 비교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정면으로 비판한 인물이 바로 존 B. 왓슨(John B. Watson)입니다.
그는 심리학이 진정한 과학이 되려면 내성법이 아니라, 관찰 가능한 행동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2. Watson ― 왜 외부 사건만을 다루자고 주장했는가?

Watson은 1913년 『행동주의자 시각에서 본 심리학』이라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논리를 제시하며,
기존 심리학과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 심리학은 과학이 되어야 한다.
  • 과학은 모두가 관찰할 수 있는 사건만을 다룬다.
  • 따라서 심리학도 관찰 가능한 사건만을 다루어야 한다.

여기서 Watson이 말하는 ‘관찰 가능한 사건’이란,
자극(stimulus)반응(response)을 뜻합니다.
즉, 인간의 행동은 마음속 상태로 설명하지 말고,
외부 환경 자극과 그에 따른 행동 반응으로만 다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인간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극과 반응의 연합 학습에 의해 행동을 형성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관점을 실험으로 증명한 것이 유명한 리틀 알버트 실험(Little Albert experiment)입니다.


Watson은 생후 11개월 된 아기에게 흰 쥐를 보여준 뒤,
큰 금속 소리를 들려 공포를 유도했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자, 아기는 쥐만 보아도 울게 되었습니다.


이 실험은 감정조차도 환경 자극과의 연합을 통해 학습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인간의 감정이나 성격도 유전이 아닌 환경 자극에 의해 조건화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Watson은 심리학을 행동의 법칙을 밝히는 실험 과학으로 만들자고 주장한 것입니다.





✅ 3. Skinner ― 중간 변수를 거부한 실용주의자

B.F. Skinner는 Watson의 철학을 이어받되,
더욱 정교한 실험체계를 갖춘 조작적 조건형성(operant conditioning) 이론을 제시합니다.


Skinner는 행동의 원인은 자극이 아니라 ‘그 결과’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쥐가 레버를 눌러 먹이를 받는 실험에서,
먹이라는 결과(reinforcer)가 그 행동을 강화시키는 핵심 요소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Skinner의 주장은 단지 학습 모형에 그치지 않고,
‘중간 변수(intervening variable)’를 이론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철학적 입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숙제를 안 하는 이유는 게으르기 때문이다”라는 말은
겉보기에 설명처럼 보이지만, 측정할 수도 없고 실험적으로 조작할 수도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봤습니다.


📌 Figure 1.4 – Skinner의 입장: 중간변수는 불필요하다

(a) 중간변수 없이 행동 설명

[Deprivation] ───> [Lever Pressing]

(b) 중간변수를 포함한 설명 (Skinner가 비판한 형태)

[Deprivation] ───> [Thirst] ───> [Lever Pressing]
‘Thirst’ 같은 중간변수는 실제로 아무것도 예측하거나 조작하지 못하면서 이론만 복잡하게 만든다. – B.F. Skinner

Skinner는 행동은 내부 상태 없이도, 외부 자극과 그 결과만으로 설명 가능하다고 보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심리학은 더욱 실용적이고 예측 가능한 과학이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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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Miller ― 중간변수는 오히려 이론을 간결하게 한다

Neal Miller는 행동주의의 실험 철학을 따르면서도,
Skinner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과학철학적인 태도를 가졌던 심리학자입니다.
그는 어떤 경우에는 중간변수(intervening variable)를 도입하는 것이
오히려 이론을 간결하고 설명력 있게 만들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① 복잡한 실험 조건에서는 이론이 과도하게 복잡해진다

Skinner는 자극(S)과 반응(R) 사이의 직접적 연결만으로 행동을 설명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실험에서는 독립변수와 종속변수가 하나씩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실험에서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작동할 수 있습니다:


  • 독립변수: 금식 시간, 건사료 제공, 생리식염수 주사
  • 종속변수: 레버 누르기 빈도, 물 섭취량, 쓴맛 물 감내도

이 각각을 직접 연결하면 총 9개의 개별 인과관계를 설명해야 합니다.
이는 이론적으로도 복잡하고, 설명 구조도 너무 방대해집니다.


② 중간변수를 도입하면 이론 구조가 단순해지고 명확해진다

Miller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중간변수 ‘갈증(thirst)’을 도입합니다.
이 변수는 여러 자극에 의해 영향을 받고,
동시에 여러 행동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합니다.


(a) 중간변수 없이 9개의 개별 연결

[Deprivation] ─────────┬────────> [Lever Pressing]
                       ├────────> [Water Consumption]
                       └────────> [Quinine Tolerance]

[Dry Food] ────────────┬────────> [Lever Pressing]
                       ├────────> [Water Consumption]
                       └────────> [Quinine Tolerance]

[Saline Injection] ────┬────────> [Lever Pressing]
                       ├────────> [Water Consumption]
                       └────────> [Quinine Tolerance]

(b) 중간변수 'Thirst'를 통한 간결한 설명

[Deprivation] ─┐
[Dry Food] ────┼──> [Thirst] ──> [Lever Pressing]
[Saline Injection] ┘             ├──> [Water Consumption]
                                 └──> [Quinine Tolerance]

이렇게 하면 9개의 개별 관계를
3개의 입력 → 1개의 중간 → 3개의 출력 구조로 통합할 수 있습니다.
이론은 더 간결하고 직관적이 되며,
동시에 예측력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③ 중간변수는 과학 전반에서 사용하는 정당한 개념이다

Miller 자신은 중간변수를 옹호했지만,
중간변수가 과학적으로 얼마나 정당한지를 강조한 것은 Thompson(1994)입니다.
Mazur와 Odum(2023)은 그의 주장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갈증, 굶주림, 불안과 같은 중간변수는
물리학의 힘(force)이나 자기장(magnetism)처럼
관찰되지 않지만, 예측과 설명에 유효한 개념이다.”
– Thompson, 1994, 인용: Mazur & Odum (2023)

이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물리학에서 다음과 같은 구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질량] + [가속도] ───> [힘] ───> [물체의 운동]

‘힘(force)’이라는 개념은 직접 관찰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개념이 있기에 우리는 물체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예측할 수 있고,
수학적으로 다룰 수 있으며, 실험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Miller와 Thompson은 심리학도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갈증’, ‘불안’, ‘의욕’ 같은 개념은 직접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험 조작과 행동 결과를 통해 존재를 확인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정당한 과학 개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④ 중간변수를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과학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Miller는 Skinner의 입장을 너무 급진적이며 제한적이라고 보았습니다.
모든 중간변수가 무조건 설명을 흐린다는 주장은
오히려 이론의 유연성과 확장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중간변수가 실험적으로 조작 가능하고,
예측력을 높이며, 설명을 단순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결코 과학을 흐리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더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Miller는 행동주의의 실험적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심리학이 과학으로서 설명력과 구조성을 갖기 위해 어떤 유연성을 가져야 하는지를 제시한 인물입니다.
그의 관점은 이후 인지주의와의 연결 통로를 열었고,
오늘날까지도 행동과 내면 사이를 연결하는 학문적 다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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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오늘날 이 논의가 왜 여전히 중요한가?

Watson, Skinner, Miller는 모두 심리학을 더 과학적으로 만들기 위해
‘마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고민했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단지 “마음은 믿을 수 없으니 무시하자”고 말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어떻게 해야 실험 가능한 과학적 대상으로 바꿀 수 있을까를 탐색한 이론가들입니다.


Watson은 주관적 내면을 제거하고, 행동만을 관찰함으로써 객관성과 재현성을 확보하려 했습니다.
Skinner는 ‘마음’이라는 말 대신, 행동을 조작 가능하게 만드는 환경적 원리를 찾으려 했습니다.
Miller는 내면 상태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그것을 과학적 설명의 정당한 중개 개념으로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왜 이 논의는 지금도 중요할까요?

  • 행동주의는 단순한 반응 모델이 아닙니다.
    – 어떻게 하면 인간의 행동을 실험하고 예측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에 대한 깊은 고민입니다.

  • 현대 심리학은 여전히 이들의 방법론 위에 서 있습니다.
    – 심리학의 많은 실험은 여전히 Skinner의 조작 설계와
    Miller의 중간변수 개념(예: 동기, 불안 등)을 차용합니다.

  • 이 논의는 인공지능과 뇌과학에서도 계속됩니다.
    – 예컨대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은 Skinner의 실험 모델을 수학화한 것이며,
    인지신경과학에서는 ‘동기’, ‘의사결정’ 등 보이지 않는 과정들을 과학적으로 측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즉, 이 세 사람의 논의는 과학이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룰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며,
이는 오늘날 심리학, 인공지능, 교육, 임상치료 등 거의 모든 응용 분야의 근간이 됩니다.





✅ 6. 세 사람의 입장을 비교하며 정리하기

구분 Watson Skinner Miller
시대적 배경 1910년대 초 1930~60년대 1950~70년대
철학적 태도 급진적 배제 실용주의적 배제 절충적 수용
설명 모델 자극 → 반응 (S–R) 행동 → 결과 (R–S) 자극 → 중간변수 → 행동
중간변수 태도 철저히 배제 예측력이 없으면 제거 실험적으로 유효하면 수용
실험 모델 조건형성, 관찰행동 조작적 조건형성, 강화일정 생리심리 실험, 드라이브 조작
상징 개념 관찰 가능성 강화와 통제 이론적 단순화와 설명력
대표 실험 리틀 알버트 스키너 상자 갈증 조작과 행동 패턴 예측

📌 최종 요약표

항목 Watson Skinner Miller
심리학 목표 행동의 관찰과 통제 결과 중심의 행동 형성 이론 구조의 단순성과 정합성
중간변수 × (불필요, 관찰 불가) × (설명을 흐림) ○ (정의 가능하면 수용)
설명 방식 S → R R → S(결과) S → 중간 → R
과학적 기준 관찰 가능성 조작 가능성 설명력과 예측력
의의 심리학의 실험적 전환 선언 조작설계와 행동치료의 기초 인지과학적 전환의 초석
현대적 응용 행동주의 교육, 환경 설계 강화학습, ABA 치료 동기 이론, 심리 모형화

이로써,
“왜 행동주의자들은 외적 사건만 보려고 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심도 깊고 과학적인 답을 마무리 지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마음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을 과학이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를 설계한 사람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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