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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성(Tropism): 방향 없이 움직일 수는 없다

🧠 굴성(Tropism): 방향 없이 움직일 수는 없다

📍 1. 굴성이란 무엇인가 — 자극이 이끄는 자동 행동

생명체는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빛, 중력, 냄새, 온도처럼 방향성이 있는 자극에 대해,
생물은 자주 특정한 방향으로 몸 전체를 움직이는 행동을 보입니다.
이런 반응을 과학에서는 ‘굴성(Tropism)’이라고 부릅니다.

굴성이란, 외부 자극이 특정 방향성을 가질 때,
생물체가 이에 따라 자동으로 전체 몸을 움직이는 비의식적 반응을 말합니다.

이 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반응이 생물의 의식적 판단 없이 자동으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즉, 자극이 존재하면 항상 일정한 방식으로 반복되는 반응이라는 뜻입니다.

이 개념은 자크 뢰브(Jacques Loeb)에 의해 1900년에 과학적으로 정립됩니다.
그는 생명체의 움직임이 복잡한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물리적 자극에 따른 강제적 반응이라고 보았습니다.

“Tropism은 강제된 움직임(forced movement)이다.”
— Jacques Loeb (1900)

뢰브는 식물이 햇빛을 따라 자라는 현상, 뿌리가 아래로 자라는 현상 등을 관찰하며,
자극의 방향이 생물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에게 생명은 사고보다 반응이 먼저였고,
굴성은 지각 없이도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방식이었습니다.




📍 2. 굴성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Kinesis와 Taxis

모든 굴성이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Fraenkel & Gunn (1940)은 굴성을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했습니다:

  • Kinesis (운동성): 자극의 방향을 알지 못하고, 단지 자극이 있으면 움직이는 양이나 빈도가 바뀌는 반응
  • Taxis (주향성): 자극의 방향을 감지하고, 그쪽(또는 반대쪽)으로 정확히 움직이는 반응
구분 정의 자극 방향 감지 예시
Kinesis 방향은 모르고, 자극 강도에 따라 움직임 변화 민달팽이, wood louse
Taxis 자극 방향을 감지하고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 구더기, 개미, 세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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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Kinesis: 방향 없이 환경을 회피하는 움직임

Kinesis는 자극의 ‘방향’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자극이 불쾌하거나 위험하면, 더 자주 움직이고 오래 움직이게 됩니다.
반대로 자극이 쾌적하면 거의 움직이지 않고 멈추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렇게 움직임의 양만 조절하는 반응이 바로 Kinesis입니다.
생물은 우연히 좋은 환경에 도달하면 그곳에 오래 머물게 되고,
나쁜 환경에서는 더 자주 움직이다가 우연히 벗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 민달팽이 실험: Armsworth et al. (2005)

Armsworth et al.민달팽이(Deroceras reticulatum)를 이용한 실험에서
Kinesis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정밀하게 관찰했습니다.

민달팽이의 포식자가 남긴 화학적 흔적을 실험 구역에 남기고,
그 위에서 달팽이의 움직임을 측정한 결과:

  • 위험 자극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더 자주 움직였고
  • 자극이 없는 환경에서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민달팽이가 자극의 방향을 인식한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자극이 존재하자 불안정한 상태로 계속 움직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더 많이 움직이게 됨으로써, 민달팽이는 자극이 있는 구역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방향을 알지 못해도, 움직임 조절만으로 환경을 회피하는 전략이죠.

▶ wood louse 실험: Fraenkel & Gunn

쥐며느리(wood louse)는 습도에 민감한 생물입니다.
Fraenkel & Gunn은 건조한 곳과 습한 곳을 나눠 관찰한 결과,

  • 건조한 환경에서는 계속 움직이고
  • 습한 환경에 들어서면 거의 멈추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이 역시 자극의 방향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더 적합한 환경에 오래 머무르게 되는 전략입니다.
Kinesis는 단순하지만,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효율적 수단이 됩니다.




📍 4. Taxis: 방향을 감지하고 움직이는 반응

Taxis는 Kinesis보다 정교한 반응입니다.
이 경우 생물은 자극의 방향을 정확히 감지하고,
그 자극을 향해 가거나 혹은 반대로 움직입니다.

즉, 단순히 움직임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실제로 파악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 구더기의 음성 광주성

구더기(maggot)는 빛을 싫어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한쪽에서 빛을 비추면, 구더기는 빛의 반대 방향으로 기어갑니다.

이 반응은 매우 일관되며, 이를 음성 광주성(negative phototaxis)라고 부릅니다.

구더기는 빛이라는 자극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감지하고,
자극의 반대쪽을 선택적으로 향해 움직입니다.
이것이 바로 Taxis입니다.

▶ Schneirla (1933): 개미와 인공 태양 실험

Schneirla는 개미가 어떻게 방향을 인식하는지를 실험했습니다.
개미는 이동 시 태양을 기준으로 경로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인공 태양을 설치하고 위치를 천천히 바꾸면,
개미는 그에 맞춰 계속 방향을 수정하며 일정한 각도를 유지합니다.

이 실험은 생물이 환경 자극의 방향을 정밀하게 추적하고,
그 방향에 따라 자신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Taxis는 감각-운동 체계가 정밀하게 연결된 고차원적 굴성입니다.




📍 5. Kinesis와 Taxis는 어떻게 다를까

이 둘은 모두 굴성입니다.
즉, 모두 비의식적이고 자동적인 반응이며,
자극이 존재하기만 하면 학습 없이 즉각적으로 일어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공통점 차이점
Kinesis & Taxis 자극에 대한 자동 반응, 학습 불필요 Kinesis: 방향 인식 ❌
Taxis: 방향 인식 ✅

  • Kinesis는 ‘여기가 불편하다’는 감각만으로 움직입니다.
  • Taxis는 ‘불편함이 어디서 오는가’를 감지하고, 그에 따라 정확히 방향을 바꿉니다.

즉, Taxis는 Kinesis보다 더 정밀하고 고도화된 반응 체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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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최종 정리: 굴성의 구조 요약

항목 설명
정의 외부 자극의 방향에 따라 생물체 전체가 자동으로 이동하는 반응
주요 특징 비의식적, 반복 가능, 학습 불필요, 전신적 반응
개념 정립 Jacques Loeb (1900): 굴성 = 강제된 움직임
분류 기준 Fraenkel & Gunn (1940): 자극의 방향을 감지하는가?

📘 굴성의 두 유형

구분 정의 자극 방향 감지 움직임 방식 대표 사례
Kinesis 자극 강도에 따라 움직임의 빈도 조절 ❌ 감지 못함 방향 없이 더 많이 or 멈춤 민달팽이, wood louse
Taxis 자극의 방향을 따라 이동 ✅ 감지함 정해진 방향으로 움직임 구더기, 개미

🧪 대표 실험 요약

연구자 실험 내용 굴성 유형 핵심 결과
Armsworth et al. (2005) 민달팽이, 포식자 화학 흔적에 반응 Kinesis 위험 환경에서 더 자주 움직임
Fraenkel & Gunn (1940) wood louse, 습도 조건 변화 Kinesis 건조할수록 더 많이 움직임
Schneirla (1933) 개미, 인공 태양 위치 조작 Taxis 태양 기준 각도를 유지하려 함
구더기, 빛 회피 행동 Taxis 빛 반대 방향으로 꾸준히 이동

이 표들을 통해 지금까지 다룬 굴성의 모든 핵심 개념,
하위 분류, 주요 실험, 행동학적 차이점들이 한눈에 정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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